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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 르포 700명 大식구의 생명을 짓다...밥퍼 봉사 현장
2019-09-10

[르포] 700명 大식구의 생명을 짓다...밥퍼 봉사 현장


- 700명 식구에 2000인분 준비...한 번에 세 끼 몰아서 식사
- 최홍 밥퍼 부본부장 “손주 위해 몰래 싸가도 못 본 척”
- 추석 연휴엔 문 닫지만 수혜자들 위해 ‘떡 4000인분’ 준비
- 새벽에 밥 기다리다 유명 달리하기도...가건물 탈출 절실 

밥퍼 봉사활동 참여자들이 착용하는 위생 장화. (사진=이상진 기자)

“여기서 몇 분은 오늘 밥 한 끼를 드리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들도 있어요. 지금 기자님과 앉아 있는 이 자리에서 새벽에 밥을 기다리다 유명을 달리한 분도 봤어요.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고 아무도 없는 밤에 여기를 찾았다가 잠이 들어 화를 입은 거죠.”

밥퍼 ‘명예 주방장’ 김동열 씨(58)는 밥을 한 끼 나누는 의미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생명이 달린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9일 <뉴스포스트>가 서울시 동대문구 서울시립대로에 위치한 ‘밥퍼나눔운동본부’를 찾은 자리에서였다.

김동열 씨는 지난 11년 동안 밥퍼에서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아침 일찍 온 분들에게는 빵을 주거나 누룽지를 끓여드린다. 수혜자들이 손을 바르르 떨면서 간식을 받는데, 손에서 손으로 옮겨오는 그 떨림이 나를 이곳으로 이끈다”고 덧붙였다.

밥퍼가 제공하는 식사를 기다리는 수혜자들. (사진=이상진 기자)


김동열 씨의 본업은 따로 있다. 서울교통공사 소속 기관사인 김동열 씨는 한 달에 스무 번 이상 밥퍼를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교대 근무를 하는 김 씨는 낮 12시 50분까지 밥퍼에서 봉사를 하고 10분 정도 쉬다가 1시에 청량리 1호선 일터로 나간다. 그는 서울교통공사 신답승무사업소 소속 기관사들은 다섯 명씩 짝을 지어 주기적으로 밥퍼에서 봉사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밥퍼나눔운동본부를 찾은 아침에도 김동열 씨는 밥퍼의 명예 주방장 자격으로 수혜자들을 위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밥퍼 본부에 따르면 하루 평균 밥퍼를 찾는 수혜자들의 수는 700명 정도다. 한 번 찾은 이들이 계속해서 찾기 때문에 사실상 서로 얼굴을 트고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식구라고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동열 '명예 주방장'(오른쪽)이 자원봉사자들에게 역할을 알려주고 있다. (사진=이상진 기자)


최홍 밥퍼 부본부장은 “700여 명 정도가 식사를 하시는데 보통 여기서 주는 한 끼로 하루를 버티는 분들이 많다”며 “그래서 한 번에 세 끼를 몰아서 먹는 양이기 때문에 보통 2000인분 정도를 준비하고 모두 다 소진한다”고 말했다. 최 부본부장은 또 “어르신들 가운데서는 손주를 주거나 당신께서 저녁에 드시려고 몰래 음식을 싸 가시는 분들도 계신데 모른 척하고 가져가도록 한다”고 귀띔했다.

밥퍼나눔운동본부는 청량리역 인근에 위치했다. 하지만 연천과 동두천, 인천, 수원 등 먼 거리에 사는 많은 수의 수혜자들이 밥퍼에서 마련한 한 끼 식사 자리를 찾는다. 이는 밥퍼 나눔 활동이 역사가 깊기 때문이다.

지난 1988년 청량리역에서 밥을 굶고 쓰러져 있는 노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면서 시작한 밥퍼 나눔 활동 당시에는 밥 한 끼가 절실한 이웃들을 위한 활동이 많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88년 밥퍼의 식구들이 지금까지 계속 밥퍼에서 식사를 하면서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 지금은 전국 각지에 식사를 제공하는 봉사활동이 많지만, 밥퍼의 수혜자들은 ‘식구 같은 정을 찾아’ 멀리서 밥퍼 본부까지 오는 것이다.   

한전산업개발 단체 봉사자들이 음식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사진=이상진 기자)


이날 밥퍼 나눔 봉사에는 한전산업개발 소속 직원 25명이 단체 봉사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태풍 링링의 여파로 높은 습도의 무더위에 땀을 흘리며 2000인분 식사를 준비했다. 봉사활동은 오전 9시 천막 설치와 재료 손질로 시작해, 배식과 설거지 등 뒷정리가 모두 끝나는 오후 3시까지 이어졌다.

안시한(37) 한전산업개발 노무복지팀 사원은 “봉사활동에 더해 이번 추석을 맞아 쌀 1톤과 잡곡 500kg을 현물 기부했다”며 “보통 한전산업개발은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 밥퍼에 2톤에서 3톤 정도 현물 기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전산업개발은 2017년부터 밥퍼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번이 8번째”라며 “항상 임원 포함해 25명 정도의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만큼 참석률이 좋다”고 밝혔다.

김형석(31) 한전산업개발 경영지원팀 사원은 “지난번 봉사활동에서는 밥퍼나눔운동본부 식당과 2층 강당의 형광등을 LED 전등으로 교체하는 봉사를 했었고 밥퍼 나눔 활동 자체는 처음”이라며 “수혜자의 많은 분들이 추석에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손자 세대인 내가 조금 더 관심을 갖는 게 도움이 될까 싶어 봉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김민석(38) 한전산업개발 빌링팀 차장이 식당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혜자들을 위해 천막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이상진 기자)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음식 준비는 11시가 돼서야 마무리됐다. 2000인분 음식이 준비된 뒤 수혜자들을 위한 점심 배식이 시작됐다. 11시부터 점심 배식이 시작되지만, 많은 수혜자들이 아침 6시부터 줄지어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 안팎에서 기다리던 수혜자들에게 밥퍼에서 주는 식사에 대해 묻자 모두 만족한다고 평했다.

식당 자리에 앉아 기다리던 김형우(가명·95·남) 씨는 “거의 매일 오는데 맛이 최고”라며 “양도 아주 많아서 부족하지 않다”고 말했다. 밖에서 서서 기다리던 김봉숙(가명·84·여) 씨도 “매일 여기 오는데 맛이 괜찮다”며 “양도 먹을 만큼 괜찮게 준다”고 말했다.

김동열 명예 주방장은 봉사 활동 도중 기자에게 수혜자들에 대한 편견을 갖지 말아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수혜자들이 젊었을 때 열심히 살지 않아 노숙자가 됐다는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열 씨는 “여기 오시는 분들 중 많은 사람들이 젊었을 때 열심히 회사에 다니다가 퇴직한 이들”이라며 “하지만 생활이 괜찮다가도 배우자가 죽고 재산을 자식들에게 보태주다 보면 한순간 노숙자가 돼 버리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어르신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식들이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며 “먹고살기 바빠 어르신들의 자식들은 또 자신의 자식을 위해 희생하니 누구를 탓할 게 못 된다”고 덧붙였다.

밥퍼 나눔의 수혜자들은 음식 맛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이상진 기자)


이날 봉사는 오후 3시쯤 마무리가 됐다. 밥퍼는 공휴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수혜자들을 위한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1988년부터 지금까지 밥퍼나눔운동본부가 수혜자들에게 제공한 식사는 700만끼를 넘어섰다. 설과 추석 연휴엔 문을 닫는 밥퍼지만, 수혜자들의 따듯한 명절 나기를 위해 밥퍼는 떡과 과일, 음료수 등을 미리 준비해 수혜자들에게 나누어주고 있다. 밥퍼 본부는 올해도 추석 연휴를 맞아 4000인분에 달하는 떡을 미리 준비했다.

최홍 밥퍼 부본부장은 “설 명절과 추석 명절에는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 모두 쉬기 때문에 부득이 수혜자들을 위해 활동할 수가 없다”며 “하지만 미리 명절 연휴에 먹을 수 있는 대체식을 준비해 나눠드리고 있고 이번 추석에는 가래떡을 뽑았다”고 말했다.

밥퍼나눔운동본부의 직원들과 정기 자원봉사자들의 유일한 소망은 ‘가건물 벗어나기’다. 1988년 청량리 쌍굴다리에서 지붕 하나 없이 시작한 나눔 활동이 현재의 가건물에 이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더 큰 나눔을 위해 재건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동열 밥퍼 명예 주방장은 “어르신들이 사실 여기서 밥만 한 그릇 먹고 가기보다 식구 같은 유대감 때문에 멀리서 찾아온다”며 “가건물이 재건축이 돼 어르신들이 탁구도 치고 바둑도 두고 미술치료도 받고 노래교실도 참여해 서로 인생을 나누는 노인문화센터로 탈바꿈하는 게 유일하고 간절한 소망”이라고 말했다.


이상진 기자 elangvit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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